유네스코 지정...2006년 ‘김구의 해’가 말하는 것

  • 등록 2026.01.02 22: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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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외교의 시대, 한국은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 문화외교, ‘보여주는 것’에서 ‘설득하는 것’으로
- 공공외교의 핵심은 ‘누구를 기억하게 할 것인가’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2026년, 유네스코는 백범 김구 선생의 탄생 150주년을 ‘세계 기념해’로 지정했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기념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건 중심의 기억에서 가치 중심의 기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유네스코가 김구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독립운동가였지만, 동시에 국가의 힘을 문화에서 찾은 사상가였기 때문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국력의 전부로 여겨지던 20세기 한복판에서 김구는 “높은 문화의 힘”이 자신과 타인을 행복하게 하고 세계 평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오늘날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평화 개념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철학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 김구, 《백범일지》 「나의 소원」

 

“한국 현대사, 세계 기억의 일부가 되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김구는 민족 지도자이자 동시에 인류 보편 가치를 고민한 사상가”라며
“그의 비전은 오늘날에도 국제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분열을 성찰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백범 김구 개인에 대한 기념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가치와 철학이 세계 공동의 기억으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하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문화외교, ‘보여주는 것’에서 ‘설득하는 것’으로

문화외교는 더 이상 공연과 전시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는 이제 한 국가가 어떤 가치를 믿고,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가를 묻는다. 김구의 사상은 한국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강력한 언어다.

 

한류는 이미 글로벌 현상이 되었지만, 한류의 지속 가능성은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세계관에 달려 있다. 김구는 한국 문화의 목표를 “지배하는 문화가 아니라, 존중받는 문화”로 규정했다. 이는 문화적 영향력을 패권이 아닌 공감의 문제로 이해한 선구적 사고였다.

‘김구의 해’는 한국 문화외교가 소프트파워의 소비 단계에서 규범과 가치 제시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공공외교의 핵심은 ‘누구를 기억하게 할 것인가’

공공외교는 상대국 국민의 기억 속에 남는 작업이다. 유네스코 기념해 지정은 김구라는 인물을 통해 한국을 전쟁과 분단의 국가가 아닌, 평화와 문화의 비전을 제시한 나라로 재서사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 곳곳에서 열릴 2026년 기념 행사는 단순한 역사 교육이 아니라,

  • 식민지 경험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 분단 속에서도 평화를 어떻게 상상했는지

  • 문화가 국가 정체성을 어떻게 지탱하는지
    를 설명하는 공공외교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분쟁을 경험한 국가들에게 김구의 메시지는 한국의 발전 경험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공감의 언어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김구의 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2026년이 끝난 이후다. 일회성 기념행사로 소진된다면 ‘김구의 해’는 외교적 자산이 아니라 행사 목록으로 남게 된다. 김구의 사상은 교육·전시·디지털 아카이브·청년 교류 프로그램으로 구조화되어야 하며, 한국 문화외교의 장기 브랜드로 확장되어야 한다.

 

김구는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문화의 근원이 되기를 원한다.”

이 문장은 오늘날 한국 외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무엇으로 세계에 기억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김구의 해’는 과거를 기념하는 시간이 아니라, 한국이 어떤 국가로 세계와 관계 맺을 것인지를 선언하는 외교적 순간이다. 문화외교의 시대, 김구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이길주 기자 aromaes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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