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집트 CEPA 협상 개시: 중동·아프리카 경제 협력의 새 장 열다.

  • 등록 2026.01.19 11: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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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에즈 경제특구의 전략적 가치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기자 |  한국과 이집트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공식화하며 양국 경제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번 합의는 한국의 중동·아프리카 경제 외교 확대와 이집트의 외국인 투자 유치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하산 엘 카티브 이집트 투자통상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CEPA 추진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은 단순한 관세 철폐를 넘어 투자 보호, 공급망 협력, 산업 파트너십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경제 협정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CEPA는 자유무역협정(FTA)보다 광범위한 경제 협력 틀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양자 간 경제 통합을 심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 ASEAN, EU 등과 유사한 형태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집트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전 세계 해상 무역의 약 12%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1억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이집트는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많으며,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최대 소비 시장 중 하나다.

 

한국과 이집트는 1995년 수교 이후 건설, 에너지, 통신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양국 교역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0억 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對이집트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철강이며, 이집트로부터는 주로 석유화학 제품과 농산물을 수입한다.

 

여 본부장은 수에즈운하 경제특구를 방문해 가말 엘 딘 청장과 회담을 갖고, 한국 기업의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수에즈 경제특구는 이집트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조성한 460㎢ 규모의 산업단지로, 세제 혜택과 간소화된 행정 절차를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이집트·이스라엘 간 '특화산업지대(QIZ)' 협정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QIZ 지정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 중 이스라엘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할 경우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이는 2004년 체결된 미국-이집트 간 통상 협정의 일환으로,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추세)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적 생산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이번 협상은 미·중 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 경제 구조 변화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을 통해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추진 중이며, 한국 역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중동·아프리카 지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집트는 2016년 이후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 개혁을 추진해왔으며,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외환 위기를 겪었으나, 최근 UAE 등 걸프 국가들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경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여 본부장은 "CEPA 협상을 신속히 진행해 조속한 타결을 목표로 한다"며 "수에즈 특구 투자 가이드북을 제작해 한국 기업에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코트라와 수에즈 경제특구청 간 정례 협의체 설립을 제안해,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타결될 경우, 한국의 對아프리카 경제 외교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출범으로 역내 무역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집트를 거점으로 한 아프리카 시장 진출 전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협상 일정과 구체적인 협정 내용은 향후 실무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며, 양국은 2025년 내 1차 협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길주 기자 aromaes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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