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이나 현지 생산 제품이 아닌 ‘메이드 인 코리아’ 김치를 선택하면서, 김치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 한국의 국가 브랜드 경쟁력을 상징하는 전략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K-팝이나 K-드라마와 같은 문화 콘텐츠 중심의 한류를 넘어, 생활 영역으로 확장된 공공외교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 SNS에서 확산된 한국산 김치 구매 영상과 대형 유통업체의 한국산 제품 직접 요청은, 김치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정통 발효 프리미엄’ 카테고리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한국산 김치 수요 확대의 직접적 배경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식품 정책 변화가 있다.
미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는 최신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에서 초가공식품 소비 감소와 자연식 위주의 식생활 전환을 권고하며, 대표적 발효식품 사례로 김치를 공식 언급했다.
이는 김치를 단순한 아시아 음식이 아닌 공중보건 차원의 기능성 식품으로 인정한 정책적 신호다. 이후 미국 내에서는 장 건강, 면역력 증진, 프로바이오틱스 중심의 웰빙 식품 시장이 급성장했고, 김치는 그 중심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최대 창고형 유통기업 코스트코가 한국 식품기업들에 한국산 김치 수출 확대를 요청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직결된다. 특히 원재료·생산 공정 모두 한국산인 ‘완전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글로벌 김치 시장은 사실상 세 국가가 주도한다.
중국은 대량 생산과 저가 전략으로 물량 중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나, 위생 문제와 발효 공정 논란으로 고급 시장 접근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매운맛을 완화한 현지화 김치로 자국 시장을 방어하고 있지만, 자연 발효 기반의 정통 김치와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반면 한국산 김치는 유일하게 자연 발효 공정, 전통 레시피, 지역별 제조 문화라는 세 요소를 모두 유지하며 ‘오리지널 김치’라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단순 경쟁이 아닌, 식문화 주도권을 둘러싼 소프트파워 경쟁의 성격을 띤다.
김치가 갖는 강점은 세 가지다.
첫째, 정통성(Authenticity). 김치는 한국에서 시작된 발효 문화의 산물이며, 원산지 스토리는 강력한 국가 이미지 자산이다.
둘째, 과학성(Science). 프로바이오틱 기반 기능성이 국제적으로 검증되며, 건강 산업과 직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셋째, 문화성(Culture).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김치는 공동체 문화가 집약된 상징물이다.
이러한 요소는 단순 수출 상품이 아닌 국가 브랜드 플랫폼으로서 김치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글로벌 발효식품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김치는 한국이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완성도 높은 식문화 자산이다. 이제 김치는 반찬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활형 소프트파워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