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중동의 화약고가 임계점에 다다른 시점,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다시 한번 은밀하고도 긴박한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다. 현지 시각 2026년 2월 6일(금) 오전 10시(한국 시각 오후 3시),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대표단이 오만의 중재 아래 마주 앉았다. 당초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예정되었던 회담 장소가 이란의 요구로 급거 변경되는 등 시작부터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회담은 성사 직전까지 무산 위기를 겪었다. 이란은 회담 이틀 전인 지난 4일, 돌연 SNS를 통해 장소를 오만으로 변경하며 이번 만남을 ‘핵 회담’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사일 등 안보 현안을 의제에서 배제하려는 이란의 포석이었다.
미국 백악관은 이러한 일방적 형식 변경에 대해 초기엔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무슬림 9개국 지도자들의 끈질긴 설득을 수용하며 무스카트행을 택했다. 이는 지역 동맹국들의 안보 우려를 존중한다는 명분과 함께 중동 내 확전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실리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장을 바라보는 주변국들의 시선은 각국의 안보 이익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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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UAE (실리적 지지): "확전은 재앙"이라는 기조 아래 미국을 설득해 회담장에 앉히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은 '네옴시티' 등 국가 프로젝트의 성공과 직결되는 생존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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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강력한 경고):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이번 회동을 "이란의 핵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 전술"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독자적 군사 행동' 카드를 여전히 쥐고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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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카타르 (완충 지대): 미·이란 갈등 시 자국 영토가 대리전의 전쟁터가 되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이번 대화를 전폭 지지하며 실질적인 중재자로 활약 중이다.
회담 테이블 위에는 핵심 의제를 둘러싼 날카로운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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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탄도미사일 등 방어 역량은 결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란은 오직 핵 프로그램 동결과 경제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좁은 의미의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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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이 포함된 미국 대표단은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핵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및 지역 내 대리세력(헤즈볼라, 후티 등) 지원 중단을 포함한 포괄적 합의를 요구하며 이란의 진정성을 시험하고 있다.
금융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회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제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부 해소되며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이 의제를 제한하고 미국이 이를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평가한 만큼, '구조적 안정'으로 보기엔 이르다고 조언한다.
결국 이번 무스카트 회동은 화려한 합의보다는 군사적 도발의 일시 중단, 추가 대화 채널 유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보장 등 최소한의 '안전판' 마련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전망이다. 무스카트의 침묵이 평화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더 큰 폭풍 전의 고요일지는 향후 몇 주간의 실무 협의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