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2026년 2월 13일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 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행정권을 박탈하고 이스라엘의 직접 통치를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해 국제적인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번 조치를 사실상의 ‘행정적 병합’ 수순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가속화하기 위해 법적·행정적 장벽을 제거하는 일련의 조치를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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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철폐: 비무슬림의 토지 매입을 제한하던 기존 법 조항을 폐지하고, 기밀로 관리되던 서안지구 토지 등기부 정보를 공개했다. 이는 이스라엘 민간인과 법인이 제약 없이 서안지구 땅을 사들일 수 있게 하는 법적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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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관할권 침해: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관리하던 지역(Area A·B)에서도 이스라엘 당국이 환경 보호나 유적지 보존 등을 명분으로 직접 건물을 철거하고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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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정치적 의도: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관념을 무덤에 묻어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공언하며, 영구적인 지배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주요 외신은 이스라엘 내 강경 우파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의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이번 조치의 목적이 명확하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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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가 해법의 매장": 이스라엘 스모트리치 장관은 이번 조치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라는 아이디어를 죽이기 위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혔왔다. 외신들은 이를 이스라엘 정부가 더 이상 국제사회의 '두 국가 해법' 제안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2월 13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할 지역까지 권한을 확대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해당 결정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대안인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에 대한 일관된 지지를 재확인하며, 중동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의 반발은 전례 없이 강력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중동 및 이슬람권 8개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조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원천 무효이자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다.
로이터,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서안지구의 법적 지위를 이스라엘 국내법 체계로 편입시키려는 '행정적 병합(Administrative Annexation)'이라고 분석했으며, 이는 과거의 군사적 점령 수준을 넘어 팔레스타인 자치권의 실질적 종말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유엔(UN)과 유럽연합(EU) 역시 이번 조치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강경 우파 정책이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고 중동 내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전세계의 대부분 언론은 이번 조치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향후 수십 년간 이어온 중동 평화 협상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