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갤러리카페 뒤샹, 2026년 여섯번째 기획초대전

-예술은 ‘무엇과 무엇 사이’에서 시작...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김학영 기자 | 예술은 ‘무엇과 무엇 사이’에서 시작된다. 갤러리카페 뒤샹이 여섯 번째 기획초대전으로 《‘사·이’ 展 In-between ― The Boundary Between Matter and Sens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년 9월 8일부터 30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갤러리카페 뒤샹에서 열리며, 김기반·김상태·김정호·문정규·박용운·이근희·전홍식 등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하나의 특정한 미술 양식이나 장르가 아니다. 전시 제목인 ‘사이(In-between)’가 말하듯, 작품과 작품 사이, 작가와 관람객 사이, 물질과 감각 사이, 현실과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관계와 긴장이다.


예술은 언제나 무엇과 무엇 사이에서 시작된다. 물질과 감각, 현실과 이미지, 기억과 현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고 경험하며 다시 해석한다. 따라서 ‘사이’는 단순한 간격이나 빈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고 충돌하고 연결되는 관계의 공간이며,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 장소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 주목한다. 서로 다른 일곱 개의 조형언어가 만드는 하나의 풍경 참여 작가들은 오랜 작업 경험과 각자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바탕으로 회화, 혼합재료, 한지,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를 표현해 왔다. 김기반은 반복과 대칭, 밀도 높은 표면과 에너지의 흐름을 통해 내면과 우주의 관계를 시각화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작은 형태들이 끊임없이 증식하고 서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를 만든다. 작품의 표면은 단순한 화면이 아니라 에너지가 응축되고 발산되는 장소가 된다.


김상태의 작업은 인간과 자연, 일상과 비일상의 관계를 보다 자유롭고 유희적인 이미지로 풀어낸다. 푸른 공간 속을 유영하거나 떠다니는 인물과 사물들은 현실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그 화면에서 ‘사이’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이며, 작가는 그 경계를 가볍게 넘나들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김정호는 자연 풍경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오래된 시선을 환기한다. 특히 녹음이 우거진 산과 숲의 풍경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자연의 생명력과 시간성을 보여준다. 화면 속 자연은 정지된 풍경이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의 공간이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업이다.


문정규는 1980년대부터 퍼포먼스 아트와 설치, 행위예술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작가로서, 시간과 신체, 행위와 공간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적 이미지와 함께 그의 오랜 퍼포먼스 경험에서 비롯된 감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화면에 등장하는 꽃의 이미지는 생명과 아름다움이라는 친숙한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환기한다.

 

박용운은 종이와 한지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의 작업에서 한지는 단순한 지지체가 아니라 작품의 중요한 구성요소이자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물질이다. 찢어지고 겹쳐지고 굳어진 표면은 자연의 풍경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기억과 흔적을 연상시킨다. 물질 자체가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다.


이근희의 작업은 거칠고 두터운 물성과 절제된 화면 구성을 통해 ‘존재의 흔적’을 보여준다. 화면에 남겨진 재료의 흔적과 균열, 빈 공간은 완성된 이미지를 보여주기보다 오히려 이미지 이전의 상태를 생각하게 한다. 무엇인가가 존재했던 자리, 그리고 사라진 뒤 남은 흔적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질문한다.


전홍식은 오랜 기간 환경과 자연, 인간과 문명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다. 그의 작품은 자연을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재현하기보다 인간의 기억과 경험, 자연의 생명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바라본다. 이번 출품작에서도 산과 물, 하늘과 땅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만나며 현실의 풍경과 내면의 풍경이 중첩된다. 특히 화면 속 자연의 형상과 반영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구조는 ‘경계’와 ‘사이’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이’는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관계가 생성되는 공간, 이번 전시의 중요한 지점은 일곱 작가의 작품이 서로 닮지 않았다는 데 있다. 어떤 작가는 자연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어떤 작가는 인간의 신체와 행위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이야기한다. 또 어떤 작가는 물질의 질감과 흔적에 집중하고, 다른 작가는 반복과 대칭, 색과 이미지의 관계를 통해 내면의 세계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들의 작품은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이는 이번 전시가 말하는 ‘사이’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사이’는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차이를 지우는 공간이 아니라 차이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 공간이다. 따라서 관람객은 개별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시각적·감각적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물질에서 감각으로, 감각에서 다시 세계로, 《‘사·이’ 展》의 부제인 ‘The Boundary Between Matter and Sense’는 이번 전시의 방향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한다. 작품은 물질로부터 출발하지만 물질에 머물지 않는다.
캔버스와 물감, 한지와 혼합재료, 색과 형태, 신체와 행위 같은 구체적인 물질과 행위는 관람객의 감각을 통과하면서 기억과 감정, 경험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 순간 작품은 더 이상 작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경험 속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7인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서로 다른 감각과 세계관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가를 보여주는 관계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제주라는 장소가 더하는 또 하나의 ‘사이’ 전시가 열리는 제주 역시 이번 기획의 의미를 확장한다. 제주는 육지와 바다, 자연과 인간, 관광과 일상, 전통과 현대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장소다. 특히 서귀포 안덕면의 자연환경 속에 자리한 갤러리카페 뒤샹은 일상적 공간과 예술 공간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장소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In-between’이라는 개념과 잘 어울린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작품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제주라는 장소가 가진 빛과 공기, 자연의 풍경과 함께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 ‘사이’는 작품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과 공간 사이, 예술과 일상 사이, 작가와 관람객 사이, 제주와 예술 사이에도 존재한다.


관람객에게 열려 있는 ‘새로운 감각의 시간’ 갤러리카페 뒤샹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익숙한 세계를 잠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정답을 찾기보다는 작품 앞에서 멈추고, 보고, 느끼고, 작품과 자신의 기억을 연결해 보는 것이다. 일곱 작가의 작품은 서로 다른 세계를 보여주지만, 그 차이 속에서 관람객은 오히려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이미지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물질의 표면 너머에는 어떤 감각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작가가 만든 세계와 관람객이 경험하는 세계 사이에는 어떤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지는가. 《‘사·이’ 展 In-between》은 이러한 질문을 관람객에게 조용히 건넨다.


가을의 문턱에서 물질과 감각의 경계에 머물며, 그 경계 너머에 펼쳐지는 ‘사이’의 세계를 함께 만나보기를 권한다. 익숙한 세계를 잠시 낯설게 바라보고, 서로 다른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감각의 시간을 경험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갤러리카페 뒤샹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일곱 작가의 개별적인 작품세계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예술적 시선이 한 공간에서 만나 만들어내는 ‘관계의 풍경’을 경험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시명 : ‘사·이’ 展 In-between ― The Boundary Between Matter and Sense
• 참여작가 : 김기반·김상태·김정호·문정규·박용운·이근희·전홍식
• 전시기간: 2026년 9월 8일(화) ~ 9월 30일(수)
• 전시장소: 갤러리카페 뒤샹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문로 59
• 문의: 갤러리카페 뒤샹 기획자 김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