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속보) 주한 이란대사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조치 변경…‘중대한 상황 변화’와 안보 위기에 따른 필연적 조치"

- 이란 외교부 차관, 법적 입장 서한 발표… "기존의 일방적 호의(예양) 지속 불가능"
- 미·일부 지역국의 침략 행위와 안보리 무능 지적… "통과통항 아닌 '무해통항' 적용" 주장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주한 이란대사관은 오늘 2일 카젬 가리바바디(Kazem Gharibabadi) 이란 외교부 법무·국제문제 담당 차관공식 입장문을 배포하고,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안보환경 변화가 해당 수역의 통항 체제에 대한 법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서한에서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역내 안보 환경 악화를 "중대한 상황 변화(fundamental change of circumstances)"으로 규정하며, 연안국으로서 자국의 안보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일방적 호의의 시대는 끝났다"… 안보 위기가 불러온 사정 변경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란이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제 선박들의 항행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간 상호 신뢰에 기반한 관행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일부 역내 국가들의 군사 활동으로 지역 안보 환경이 크게 악화됐으며, 이러한 변화가 기존 통항 관행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란 측은 특히 일부 인접국들이 자국 영토를 외부 세력의 군사 활동에 제공했다고 비판하면서, 국제사회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역내 긴장 완화와 분쟁 예방에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계적 법 해석 강조… 해양법보다 '유엔 헌장과 강행규범'이 최우선

이번 서한의 핵심은 해양법 규범보다 상위의 국제법 원칙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란은 국제법 체계를 ▲침략 금지와 자위권 등 유엔 헌장상의 원칙무력충돌 상황을 규율하는 국제인도법 해양법 등 전문 분야 규범의 순서로 설명하며,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해양법 규정 역시 이러한 상위 규범과 연계해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해양법은 안보 현실과 분리된 채 적용될 수 없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을 고려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UNCLOS 미가입국" 입장 재확인

이란은 자국이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비당사국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국제해협에서 선박과 항공기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자유 통항 체제(Transit Passage)' 제도가 아직 국제관습법으로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협약 체결 당시부터 해당 제도에 반대해 왔으며, 관련 국내법을 통해 일관된 법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은 국제법상 '지속적 반대자(Persistent Objector)' 원칙을 근거로, 자국에 대해서는 통과통항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신 호르무즈 해협에는 국제관습법상 '평화적 목적의 통항 원칙(Innocent Passage)'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화적 목적의 통항 원칙은 외국 선박이 연안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영해를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란은 이 원칙이 적용될 경우 연안국은 국가 안보와 항행 안전을 위해 일정한 통항 규제나 관리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역사적 주권' 재강조

이란은 아울러 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등을 인용하며 자국과 오만이 오랜 기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역사적 권리와 관할권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로 평가받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이에 따라 이란이 통항 체제에 대한 법적 재해석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함에 따라 국제 해운업계와 에너지 시장, 그리고 관련 국가들의 외교적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주요 해양국들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에 국제해협 체제가 적용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으며, 이란의 법률적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사회 내에서도 다양한 견해와 의견이 존재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에너지 수입과 해상 물류에 직결되는 전략적 수송로인 만큼, 정부는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우리 선박의 안전과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