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속보)미·이란 종전 MOU 서명 임박… 외신이 본 '14개 항목'의 진실과 쟁점

- 베일 벗은 '14개 항 초안'과 경제 재건안
- 백악관의 '타결 임박' 낙관론 vs 테헤란의 신중한 기류
- '국내 희석' 절충안으로 급선회한 우라늄 핵 협상
- 패싱당한 이스라엘의 당혹감과 안보적 우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지난 2월 28일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으로 촉발된 '2026년 미·이란 전쟁'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추가 미사일 공습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양국이 평화 협정 체결 직전에 와 있다"고 밝히면서, 이르면 오는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주요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논의 중인 문서는 전쟁을 완전히 종결하는 최종 평화협정보다는 추가 충돌을 막고 후속 협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휴전 프레임워크'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공개된 '14개 항 초안' 역시 양측이 최종 승인한 합의문이 아니라 이란 측 협상단이 제시한 요구안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측이 공개한 '14개 항 초안'… 어디까지 합의됐나

이란 관영 메흐르 통신과 반정부 성향 매체 이란인터내셔널 등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이란 측이 제시한 14개 조항의 초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초안에는 ▲레바논 헤즈볼라 전선을 포함한 전면적 적대행위 중단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대이란 제재 완화 ▲동결 자산 해제 ▲미군의 역내 군사력 재조정 ▲60일간의 후속 핵협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최소 3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경제 재건 지원 계획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도 해당 문건이 최종 승인된 합의문인지 여부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과 일부 이란 매체들은 "아직 어떤 MOU 문안도 최고지도부의 최종 재가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합의 임박" 백악관 vs "최종 승인 전" 테헤란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란과 매우 좋은 대화를 하고 있으며 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미국 측 관계자들 역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 제한과 국제 감시 강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테헤란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라며 언론의 성급한 해석을 경계했다.

 

결국 이번 협상의 성패는 최고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강경 보수 진영과 혁명수비대의 반발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대 난제는 핵… '국내 희석' 절충안 부상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는 대신, 국제기구 감시 아래 이란 국내에서 농축도를 낮춰 희석하는 방안을 놓고 절충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양측 모두 정치적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핵 확산 위험을 줄였다는 성과를 내세울 수 있고, 이란은 국가 주권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역내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문제는 이번 협상 의제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갈등의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불편한 동맹… 이스라엘의 복잡한 속내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인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적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한다는 목표에 미국과 완전히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나 헤즈볼라에 대한 통제 장치 없이, 미국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조기 봉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외신은 이스라엘이 협상 진행 상황을 충분히 공유받지 못했으며, 세부 조율 과정에서 제한적인 역할만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평화협정 아닌 '위험한 60일'의 시작

해외 외신에서는 이번 제네바 문서를 두고 "전쟁 종결 선언"이 아니라 "더 어려운 협상을 위한 시간 벌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핵 프로그램의 최종 처리 방식, 단계적 제재 해제 범위, 역내 무장세력 문제,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 등 핵심 현안 대부분이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현재 합의가 실제 서명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절반 정도로 본다"며 "협상을 방해하려는 다양한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 안정 필요성과 전면전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피로감, 미국의 대내 정치 일정 등이 맞물리면서 이번 주말 제네바 회동은 2026년 중동 정세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결국 14일 제네바에서 MOU 서명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문서는 전쟁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외교전의 출발선에 가깝다. 중동은 지금 '평화 직전'이 아니라, 평화를 시험하는 가장 위험한 60일의 입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