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미국 의회가 한국의 디지털 규제와 미국 기업에 대한 법 집행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한미 통상 현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 공화당 측은 지난 7월 1일(현지시간) 'Closed for Competition: South Korea's Discriminatory Attacks on American-Owned Businesses(경쟁의 폐쇄: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임시 참모(Staff)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규제 정책이 미국 기업에 불균형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 제도는 사실상 비관세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쿠팡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의 조사 방식과 플랫폼 규제, 공공 클라우드 정책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번 보고서는 의회 상임위원회의 공식 입장을 담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는 아니지만, 미국 의회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정책 자료라는 점에서 향후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 사태를 핵심 사례로 제시
보고서는 미국계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을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발생한 중국인 전 직원의 데이터 무단 접근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대규모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러한 대응이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를 'Whole-of-Government Assault(범정부적 대응)'이라고 표현하며 노동, 소방, 공정거래 등 여러 정부 기관이 동시에 조사에 나섰다고 기술했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대중국 공조 과정과 증거 확보 절차 등에 대해서도 별도의 내용을 담으며 한국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일부 역할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 국회의 청문회 추진 과정과 미국 국적 경영진에 대한 대응 역시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은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주장으로,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은 아니며 관련 기관들은 각각의 법적 권한에 따라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플랫폼법·클라우드 정책도 문제 제기
보고서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 정책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과 관련 법안이 미국의 대형 플랫폼 기업을 사실상 주요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규제 체계를 도입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클라우드 보안인증제(CSAP), 데이터 국내 저장 요구, 망분리 정책 등에 대해서도 미국 클라우드 기업의 공공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로 해석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들 제도가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일반적 규제이며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KORUS FTA 정신과 배치" 주장
보고서는 한국의 일부 규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의 비차별 원칙과 디지털 무역 정신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향후 통상 협의 과정에서 해당 사안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차별적 규제를 받을 경우 장기적으로 미국 투자와 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 "국적과 무관한 법 집행"
한국 정부는 미국 측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규제 정책이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시장 지배력과 소비자 보호 원칙에 따라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정부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도 동일한 경쟁법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데이터 보호와 사이버 안보 역시 국가 차원의 책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쿠팡 관련 조사 역시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정상적인 행정 절차라는 입장이다.
통상 현안으로 부상하는 '디지털 규범 경쟁'
이번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정부 공식 보고서라기보다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 공화당 측이 발간한 정책 보고서라는 점에서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 의회가 한국의 플랫폼 규제와 디지털 정책을 통상 의제로 공식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미국은 디지털 무역과 플랫폼 규제를 새로운 통상 의제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플랫폼 공정성 강화와 디지털 주권 확보를 주요 정책 기조로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양국이 안보 분야에서는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 규범에서는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한미 간 통상 협의에서는 플랫폼 규제, 클라우드 정책, 데이터 이전, 디지털 무역 규범 등이 주요 협상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의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