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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가 잇는 한중의 미래… 중국동포연합중앙회가 만드는 민간외교의 새로운 길

- 100만 재한 중국동포, ‘이방인’에서 대한민국 다문화 사회의 ‘핵심 동반자’로 발돋움
- 정치적 빙하기 깨는 실용적 공공외교와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중심축
- 재외동포청·주한중국대사관 후원 ‘중국동포 민속문화 대축제’, 양국 우호의 가장 굳건한 문화 영토를 구축하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질서는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와 경제안보 시대의 도래, 공급망 재편, 북핵 문제와 역내 안보 불안 등은 한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간 외교적 긴장과 별개로 대한민국과 중국은 지리적·경제적·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이웃이다. 양국 관계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부 간 외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민간교류와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한 중국동포 사회를 대표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인 중국동포연합중앙회(총회장 김미정)​는 동포사회의 권익 증진과 사회통합 활동을 기반으로 한중 민간교류의 플랫폼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행사와 봉사활동, 경제 네트워크 구축, 지방도시 교류 등을 통해 정치적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민간외교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새로운 역할… '이방인'에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대한민국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라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한 중국동포 사회 역시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은 역사적으로는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한 축을 형성해 왔으며, 현재는 산업 현장과 서비스업, 자영업, 문화예술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김미정 제6대 총회장을 중심으로 조직된 13개 전문위원회(여성, 봉사, 시니어, 경제, 예술 등)는 매달 대림동에서 개최되는 정기 바자회와 취약계층 돕기, 장학 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정서적 융합’을 실천하고 있다.이러한 활동은 동포사회 내부의 연대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확대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문화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간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민간 차원의 활동은 사회통합의 기반을 넓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공공외교와 비즈니스 네트워크: 한중을 연결하는 인적 교류

하드 파워 외교가 국가 이념이나 안보 동맹에 따라 흔들릴 때, 민간 차원의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와 실용적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지탱하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교 전문가들은 공공외교를 정부 중심 외교를 보완하는 중요한 축으로 평가한다. 문화와 교육,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교류는 정치적 변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장기적인 신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동포 사회는 한국과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특성을 바탕으로 이러한 공공외교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동포연합중앙회는 중국 대련, 칭다오, 정저우 등 주요 도시의 민간단체 및 경제인들과 교류를 이어오며 양국 기업 간 협력 기반을 넓히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 중소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과 지방정부 간 협력, 관광과 문화산업, 교육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경제안보 시대에 더욱 주목받는 요소이다.

 

정치·외교 관계는 정권과 국제정세에 따라 변화할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신뢰 네트워크는 장기간 축적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민간교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중수교기념 민속문화 대축제’가 지닌 상징성과 의의

중국동포연합중앙회의 대표 사업으로는 매년 개최되는 '중국동포 민속문화 대축제(한중수교 기념 문화행사)'​가 꼽힌다.

 

2014년 여의도공원에서 약 3만 명이 함께한 첫 행사를 시작으로 성장해 온 이 축제는, 한중수교 33주년을 기념해 영등포아트홀에서 개최된 제10회를 계기로 한중 민간 문화교류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재한 중국동포 사회는 물론 한국과 중국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류의 장으로 발전하며, 양국 국민을 잇는 민간외교 플랫폼으로 그 의미를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계승되어 온 조선족 전통문화와 한국의 문화예술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디아스포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한국 사회에는 한민족 문화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중국 각 지역의 예술단과 국내 예술인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면서 문화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성장하는 차세대 중국동포들에게는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이해하는 교육의 장이자 세대 간 문화 계승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국 정부가 공인한 민간 외교의 상징성

본 축제는 대한민국 재외동포청과 주한중국대사관이 공동 후원하는 상징적인 행사이다.

외교적 기류가 얼어붙어 있을 때도 양국의 정부 기관이 이 축제에 나란히 후원과 축하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 행사가 양국 신뢰 관계의 마지노선이자 ‘문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가 정부 간 관계와 별개로 지속적인 소통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문화와 인적교류가 정치적 갈등을 즉각 해소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호 신뢰를 유지하고 협력 기반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민족 디아스포라....경계를 넘어 공존과 번영의 주역으로

중국동포연합중앙회의 활동은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슬픈 역사적 이주사를 뒤로하고, 이들을 미래 지향적인 ‘글로벌 인적 자산’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기업과 지방정부, 대학, 문화예술단체, 재외동포 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외교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국동포연합중앙회가 추진하는 사회통합 활동과 문화교류, 경제 네트워크 구축은 재한 중국동포 사회의 발전을 넘어 한중 민간협력의 저변을 넓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한중 관계는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사람과 문화, 경제를 연결하는 민간교류의 가치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정치가 일시적으로 멀어질 수는 있어도 국민 간 교류는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만들어 가는 민간외교는 미래 한중 관계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중국동포연합중앙회의 다양한 활동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