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나라 밖 떠도는 문화재 24만점

일본·미국·독일 순 많아, 지난해 1,550점 기증·환수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존영 기자 | 과거 도난이나 약탈, 거래, 선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 땅을 떠나있는 문화유산이 24만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한국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국 문화유산은 총 24만6,304점으로 추산된다. 세계 29개 국가의 박물관, 미술관 등 803곳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을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1월 기준(24만6,272점)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도쿄국립박물관을 비롯해 일본 내 397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한국 문화유산이 10만9,801점으로, 전체의 4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6만5,355점(26.5%), 독일 1만5,692점(6.4%), 중국 1만3,010점(5.3%), 영국 1만2,805점(5.2%), 프랑스 6,511점(2.6%) 등이 뒤를 이었다.

 

각 문화유산이 한국 땅을 떠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과거 서구열강의 침탈, 일제강점기 등 역사적 혼란을 겪으며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유출된 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으나 정상적 거래나 기증, 외교 선물 사례도 적지 않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도자나 회화, 공예품을 여럿 수집한 사례도 있다.

 

국외 반출 기록이 정확하지 않거나 소장 정보가 온전히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나라 밖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은 통계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 관계자는 “수집한 정보를 검토해 매년 1월 공개하고 있으나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라며 “한국 문화유산 관련 정보와 실태를 조사하며 계속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수집된 내용을 토대로 주요 문화유산의 환수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년 추정∼1866년 추정)가 제작한 병풍식 지도첩인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총 1,550점(1,083건)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중에는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서 한국에 머물렀던 미국인 게리 에드워드 민티어와 메리 앤 민티어 부부가 기증한 옛 그림과 책, 사진 등 1,516점이 포함돼 있다.

 

문화재청은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2개 이상의 국가가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나누는 ‘공유유산’ 개념을 도입해 미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와 현황 조사,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유럽에 있는 문화유산 환수를 위한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재단은 미국과 일본 두 곳에서만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