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하버드대 경제학자 Kenneth Rogoff는 저서 Our Dollar, Your Problem에서 1971년을 현대 통화질서의 결정적 분기점으로 지목한다. 당시 미국 대통령 Richard Nixon은 달러의 금 태환을 일방적으로 중단했고, 미 재무장관은 항의하는 동맹국들 앞에서 “달러는 우리의 것이고, 문제는 당신들 몫”이라는 말을 남겼다. 로고프는 이 장면을 달러 패권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장기적 불안정의 씨앗으로 해석한다. 금본위제를 떠난 미국은 중앙은행 독립성과 제도적 신뢰를 통화 안정의 ‘마지막 앵커’로 삼았지만, 오늘날 그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달러의 초과지배(super-dominance)는 단순한 GDP 순위의 결과가 아니다. 로고프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을 강조한다. 첫째, 압도적 금융 인프라다. 글로벌 외환 거래의 상당수는 여전히 ‘자국 통화 → 달러 → 상대국 통화’의 이중 구조를 따른다. 깊은 유동성과 표준화된 결제망이 달러를 세계 금융의 허브로 고착시켰다. 둘째, 군사·제재 권력의 결합이다. 달러 결제망을 장악한 미국은 글로벌 거래의 ‘백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관세 중심의 무역 갈등을 넘어 금융·기술·규칙을 둘러싼 시스템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미국·일본의 협력은 군사 안보를 넘어 반도체와 핵심 기술을 축으로 한 통상·공급망 동맹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관세의 시대가 저물고, 경제 시스템 자체가 외교의 최전선이 된 것이다. 관세에서 금융과 기술로그동안 미·중 갈등의 상징은 관세였다. 그러나 2025년 말 현재, 워싱턴의 전략은 분명히 달라졌다. 추가 관세보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금융 접근 제한, 첨단 기술 투자 차단, AI·반도체·양자 기술에 대한 제도적 봉쇄가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이는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기업이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다.미국은 금융 규칙과 기술 표준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비싼 경쟁자’가 아니라 ‘제한된 참여자’로 만들고자 한다. 이에 맞서 중국은 기술 자립과 대체 금융 네트워크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단기간에 격차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맹의 경제화, 경제의 안보화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