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2026년 미·이란 전쟁의 근본적인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란의 임박한 핵 위협'이 사실상 조작되었으며, 공습 직전까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파격적인 외교적 타결이 임박했었다는 최고위급 관계자들의 증언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의 핵심 정보 수장과 최우방국인 영국의 안보 책임자가 일제히 '미국의 기만'을 폭로하면서, 이번 사태는 제2의 이라크 전쟁이라는 국제적 비판에 직면했다.
전쟁의 부당성을 가장 치명적으로 드러낸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보 수장인 조 켄트(Joe Kent)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의 전격적인 사임이다. 지난 17일, 켄트 전 국장은 사임 서한을 통해 자국의 전쟁 명분을 정면으로 붕괴시켰다.
그는 서한에서 "이란은 미국에 어떠한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도 가하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예방적 선제타격이라는 백악관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이번 군사 행동이 미국의 국익이 아닌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과 미국 내 강력한 로비 단체의 압박에 의해 기획되었다고 폭로했다.
11번이나 중동에 파병된 그린베레 출신이자, 시리아 폭탄 테러로 아내를 잃은 '골드스타 남편(전사자 유가족)'인 그는 현 상황을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빗댔다. 켄트는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무기(WMD)라는 거짓 정보로 수많은 희생을 낳았던 이라크 전쟁의 전술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며, 거짓 정보 캠페인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내부의 파열음뿐만 아니라, 공습 직전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에 직접 관여했던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현장 증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제네바 회담(2월 26일) 당시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440kg을 전량 희석하고 향후 비축을 중단하며, 2015년 핵합의(JCPOA)와 달리 '일몰 조항' 없는 영구적 합의를 수용하겠다는 놀라운 수준의 양보안을 제시했다. 협상을 중재한 오만 역시 이를 "협상 타결에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돌파구"로 평가했다. 양측은 3월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술적인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약속을 깨고 이틀 만인 2월 28일 테헤란 등에 대규모 기습 폭격을 강행했다. 영국 정부가 유럽에 대한 이란의 위협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미국의 공습을 '시기상조이자 불법'으로 간주하고 동참하지 않은 결정적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 또한 의회에서 "외교적 과정이 지속되기를 원했다"며 영국의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외교 안보 라인의 비전문성과 강경 드라이브가 낳은 참사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시 미국 측 대표단은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주도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핵 전문가들은 미국 대표단의 발언이 기초적인 오류로 가득 차 있었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미국은 외교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옵션에만 매몰되어 기만적인 태도로 협상장에 앉아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26년 중동을 집어삼킨 이번 위기는 불가피한 안보 위협 때문이 아니라, 타결 직전의 외교적 성과를 고의로 걷어차 버린 소수 강경파와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합작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통적 우방인 영국의 선 긋기와 자국 정보기관 수장의 양심선언은, 이 전쟁이 철저히 명분을 상실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