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한국 최초의 한센인 보호마을, 75년 사랑의 기적

- 성라자로마을의 어제와 오늘 “머지않아 우리들의 사랑의 씨앗은 싹트리라”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정하 기자 |  성라자로마을, 한센인을 위한 한국 최초의 구라사업기관으로 75년간의 여정을 걷다. 1950년 6월 2일,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경기도 광명리 신기촌에 한 작은 요양원이 설립되었다. 이름은 ‘성라자로요양원’. 이는 성경 속 한센병 병자였던 ‘라자로’의 이름을 따 지어진 것이며, 한국 천주교 최초의 구라사업기관으로 무의탁 한센병 환우들의 치료와 자립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이 요양원을 세운 이는 미국 메리놀 외방선교회(M.M.)의 조지 M. 캐롤 몬시뇰. 그는 한국 사회에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했고, 전쟁과 가난, 차별 속에서 버려졌던 800여 명의 한센인들이 그의 뜻에 따라 모여들었다.

 

이듬해 1951년, 마을은 현재의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오전리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인 복지마을로서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2년, 한 젊은 사제가 이 마을의 역사에 전환점을 가져온다. 이경재 알렉산델 신부(초대 원장)는 성라자로마을에서 30여 년을 헌신하며 한센인의 치료와 인권 회복, 자립 지원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마음이 먼저 치유되어야 몸이 낫는다”는 철학으로 의료·교육·신앙·문화 전반에 걸친 돌봄 시스템을 마련했고, 마을의 기반을 획기적으로 확장했다.

 

 

1971년에는 보다 안정적인 후원을 위해 ‘라자로돕기회’를 창립, 전국적인 후원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지에도 해외 후원회가 조직되었으며, 그 활동의 결실로 매년 ‘그대있음에’ 자선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이 음악회는 무려 37회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국내외 한센병 환우와 그 자녀들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현재 성라자로마을은 천주교 수원교구 유지재단 소속으로 운영되며, 한센인 보호시설, 성라자로 후원회, 그리고 대표 프로그램인 자선음악회 ‘그대있음에’를 통해 지속적인 돌봄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시설 내에는 전문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요양보호사들이 상주하며 환우들의 치료와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75년의 세월 동안 성라자로마을은 단순한 요양시설을 넘어 인간 존엄 회복의 상징, 복지의 모델, 나눔의 전당으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에 맞서 싸워온 이곳은 이제 그 사랑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며 외부 소외계층의 또 다른 ‘라자로’를 위한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故 이경재 신부의 소망은 “머지않아 우리들의 사랑의 씨앗은 싹트리라” 그 말처럼, 성라자로마을의 사랑은 오늘도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