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이재명 대통령 방중과 한중 문화교류의 ‘구조적 재설계’

- 2026 한중 문화교류의 재가동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저널 기자 | 2026년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외교·통상 분야의 복원만큼이나, 지난 10년간 사실상 정체 상태에 놓여 있던 한중 문화교류의 재가동을 공식화한 계기로 평가된다. 사드(THAAD) 사태 이후 비가시적 제재의 상징이었던 ‘한한령(限韓令)’은 법적 조치가 아닌 정치적 메시지의 형태로 문화 교류 전반을 제약해 왔다. 이번 방중은 그 불문율을 사실상 해체하고, 양국 관계의 ‘소프트 파워’를 재건하는 분수령이 됐다.

 

 

‘한한령 이후’를 전제로 한 문화교류의 재설계

이번 방중에서 체결된 다수의 문화 콘텐츠 관련 민간 MOU는 단순한 교류 재개를 넘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협력 모델을 예고한다. 게임, 드라마, K-팝 분야에서 체결된 공동 제작·배급 협약은 한국 콘텐츠의 일방적 중국 진출이 아닌, 소위 ‘현지 밀착형 공동 생태계’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 기획 단계부터의 공동 참여: 초기 시나리오 및 기획 단계부터 양국 제작진이 협업하여 규제 리스크 최소화.

  • 플랫폼 동시 유통: 한·중 동시 스트리밍을 통한 수익 극대화 및 불법 복제 방지.

  • 현지 맞춤형 투자 구조: 중국 내 자본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한 공동 투자 법인 설립.

이는 과거 ‘완성된 콘텐츠의 수출’ 모델이 정치적 변수에 얼마나 취약했는지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자, 문화 협력의 내구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K-컬처의 복귀, ‘문화 소비’에서 ‘문화 산업’으로

사드 이전의 교류가 대중적 열풍에 의존한 ‘소비’ 중심이었다면, 2026년의 복원 국면은 문화교류를 엄연한 ‘산업적 동반자 관계’로 다루고 있다.

특히 정부 간 체결된 ‘지식재산권(IP) 보호 강화 MOU’는 이번 문화교류 재개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다. 한국 콘텐츠가 중국 시장에서 합법적 산업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단 도용 방지와 저작권료 정산의 투명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K-컬처가 더 이상 외래 문화가 아닌, 중국 내수 산업의 일축으로 편입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청년·예술·생활 문화의 복원: ‘조용한 외교’의 힘

이번 방중의 또 다른 성과는 대형 이벤트 중심의 일회성 행사가 아닌, 청년과 학계 등 저변을 확대하는 *기저 질서의 복원’에 있다. 양국은 대학 간 교환 학생 프로그램의 대폭 확대와 청년 창작자 공동 프로젝트 지원에 합의했다. 이는 정치적 고위급 회담의 성패와 상관없이 유지될 수 있는 ‘생활 문화 차원의 교류망’을 구축하여, 향후 갈등 발생 시에도 대화의 불씨를 남겨두겠다는 실무적 안목이 반영된 결과다.

 

기업 외교의 귀환: 문화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재건

삼성, 현대차, CJ 등 주요 대기업들도 이번 방중을 기점으로 ‘문화 마케팅’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 시장에서 마케팅을 최소화했던 기업들은 이제 문화 후원과 전시 협력을 브랜드 이미지 회복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기술에 K-컬처 콘텐츠를 결합한 브랜드 체험관을 베이징 중심가에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는 문화가 기업의 경제적 영토를 넓히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적 함의: 문화는 ‘완충 장치’이자 ‘신뢰의 잔존물’

이재명 정부의 문화외교 기조는 선명하다. “문화는 정치를 해결할 순 없지만, 갈등이 파열음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완충지대”라는 인식이다. 이번 방중에서 문화는 안보·통상 이슈와 분리된 ‘독립 영역’으로 관리되었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도, 한국이 문화만큼은 비대립적 협력 공간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한 것으로 읽힌다.

 

2026년 1월 재가동된 한중 문화교류는 단순히 외교 성과의 부수적 전리품이 아니다. 오히려 문화는 앞으로 한중 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완전한 단절을 막는 ‘최후의 연결 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