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속보)멈추지 않는 관세 폭주…트럼프, 150일간 10% 임시 관세

- 대법원 위헌 판결 직후 백악관 새 팩트시트 발표…150일간 전방위 10% 관세 부과
- 예외 품목 두며 정교해진 ‘핀셋 통상 무기’…한국 산업계, 치밀한 대응 전략 절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국가별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으로 새로운 법적 근거를 내세운 ‘플랜 B’를 가동하며 전 세계 교역국을 향한 2차 관세 공세에 나섰다.

 

 

백악관은 이날 새로운 팩트시트를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구조적인 국제수지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150일 동안 수입품에 10%의 임시 관세(Import Duty)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 동부시간 기준 오는 24일 0시 1분(한국시각 24일 오후 2시)부터 전격 발효된다.

 

대법원이 막은 IEEPA 대신 '무역법 122조' 꺼내들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의 근거로 삼았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행정부에 자의적인 과세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6대 3으로 무효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1974년 제정된 ‘무역법 122조(Section 122 of the Trade Act of 1974)’로 우회했다. 이 조항은 미국의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바로잡기 위해 대통령이 임시로 수입 제한이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2024년 미국의 상품 무역적자가 바이든 행정부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해 1조 2,000억 달러에 달했다”며, “국제수지 문제를 방치할 경우 국가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임시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나아가 “대법원의 실망스러운 결정에도 불구하고, 관세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는 핵심 수단으로 계속 활용될 것”이라며 사법부의 판결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10% 임시 관세는 과거의 무차별적 조치와 달리 미국 경제에 필수적인 품목들을 대거 예외로 지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핵심 광물 및 에너지, 제약 원료 및 의약품, 특정 전자제품, 승용차와 대형 트럭 및 관련 부품, 그리고 미국 내 생산이 불가능한 천연자원과 비료 등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을 받는 품목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요건을 충족하는 캐나다·멕시코산 제품도 면제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는 미국 내 산업과 소비자에게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타깃이 되는 국가 및 품목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셈법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전면 조사를 개시할 것을 별도로 지시하며, 다층적인 무역 압박을 예고했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로 천문학적인 관세 환급 소송전이 열리며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단기적인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발표된 이번 임시 관세 조치는 이러한 낙관론을 차갑게 식혔다.

 

미국 내 행정명령을 통한 통상 권력이 일부 제한받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무역법 122조, 232조, 301조 등을 동원해 상대국을 옥죄는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임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예외 품목에 자동차 및 일부 부품이 포함된 것은 다행이나, 향후 미국이 이를 무기로 양자 협상(FTA 재협상, 자율규제 등)을 강요할 가능성은 더욱 농후해졌다.

 

결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라는 방향성을 꺾은 것이 아니라, 더 날카롭고 정교한 ‘핀셋 제재’로 진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기존 관세 부당 납부분에 대한 환급 등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서두르는 한편,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미국의 ‘플랜 B, 플랜 C’에 맞서 수출 생태계를 보호할 다층적인 경제 안보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청와대는 미 대법원 판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법 122조' 기반 신규 관세 발표 직후, 정책실장과 국가안보실장 공동 주재로 관계부처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통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의 향후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