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카이치 2기, '강한 일본' 내세워 동북아 지형 뒤흔들다

- 2026년 2월 20일, 제221회 특별국회 시정방침연설로 본 다카이치 내각의 국정 방향
- 다카이치노믹스'의 폭주인가, 잃어버린 30년의 종식인가
- 헌법 9조 개정과 '항공우주자위대', 루비콘강을 건너다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0일 제221회 특별국회 시정방침연설을 통해 '강한 일본'의 부활을 공식화했다. 재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 나선 다카이치 총리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긴축 지향'과의 완전한 결별, 그리고 헌법 개정을 통한 '전후 안보 체제 탈피'다. 경제와 안보 두 축에서 전례 없는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다카이치 내각의 공격적인 드라이브는 일본 국내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정학에 거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과도한 긴축 지향과 미래 투자 부족의 흐름을 끊어내겠다"며 적극재정으로의 거대한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핵심 승부수는 총선 공약이었던 '식료품 소비세 2년 한시적 면제(8%→0%)'와 '복수 연도 예산 제도' 도입이다.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 경제에 즉각적인 산소를 공급하고, AI와 에너지 안보 등 국가 전략 산업에 장기적인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시장과 언론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중은 당장의 소비세 인하를 환영하지만, 경제계와 진보 매체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경제 매체들은 단년도 예산주의 타파가 일본의 고질적인 국가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고, 일본은행(BOJ)의 금리 정상화 기조와 충돌해 엔화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사히신문이 이를 "선거를 의식한 무책임한 장밋빛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한 이유도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의 우파적 신념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대목은 안보 분야다. 그는 일본이 전후 가장 엄혹한 안보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며,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 발의를 조속히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도 제시했다. 연내 '안보 3문서' 재개정, 항공자위대의 '항공우주자위대' 격상,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추가 완화를 통한 무기 수출 규제 철폐 등은 사실상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향한 족쇄 풀기다.

산케이, 요미우리 등 보수 매체들은 이를 "전후 체제 탈피를 위한 역사적 책무"라며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향후 국회 내 개헌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주변국을 향한 외교 메시지에서는 실용주의노골적인 견제가 혼재되어 나타났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월 이재명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정상 간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한 셔틀외교 복원 및 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또한 오는 3월 방미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굳건한 미일 동맹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을 향해서는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대만 해협과 동중국해에서의 무력 충돌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북한에 대해서는 '납치 피해자 전원 귀국'을 명분으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방위력 증강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시정연설은 일본 보수층의 열망을 정확히 꿰뚫은 '사이다' 발언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재정 지출로 인한 국가 부도 리스크와, 군사력 강화로 촉발될 주변국와의 안보 딜레마라는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다.

 

특히 한국 정부로서는 다카이치 내각의 실용적 경제·공급망 협력 제스처를 환영하면서도, 가속화되는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 행보를 견제해야 하는 고난도의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청구서 외교'와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까지 얽혀 있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가 쏘아 올린 '강한 일본'이라는 화두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할지, 아니면 새로운 갈등의 뇌관이 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