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최근 이란 내 시위 양상이 단순한 민생고 해결이나 반정부 운동을 넘어, 민족 독립과 이데올로기 투쟁이 뒤섞인 복합적인 ‘권력 투쟁’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튀르키예 출신 귀화 언론인 알파고 시나씨는 연합뉴스경제TV 인터뷰에서 현재 이란의 상황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처참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충돌하는 복잡한 체스판과 같다고 진단했다.
당초 이번 사태는 이란 화폐 가치 폭락에 따른 상인들의 생존권 투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재 테헤란의 상인들은 상당수 물러난 상태이며, 그 자리를 이란 인구의 약 50%를 차지하는 소수 민족 세력이 채우고 있다.

이란은 다수파인 페르시아민족이 인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투르크족, 쿠르드족, 아랍족, 발루치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종교적·민족적 차별을 이유로 이란 연방으로부터의 독립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시나씨는 "현재 길거리 시위대의 대다수는 민족 국가 건설을 원하는 소수 민족이거나 극좌 사회주의 성향의 집단"이라며, "이들의 손에는 이미 무기가 들려 있어 단순 시위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위가 단일한 대오를 형성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각 세력이 원하는 ‘포스트 신정 체제’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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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세력: 신정 체제의 종식을 요구하며 민주주의 도입을 원하지만, 국가가 분열되는 것은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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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민족 독립 세력: 이란이라는 국가 틀 자체에서 벗어나 자치권을 획득하거나 독립국가를 세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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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 복고 세력: 미국에 망명 중인 과거 팔레비 왕조의 왕세자를 지지하는 세력이다.
특히 왕세자의 부각은 시위대 내부에 큰 균열을 일으켰다. 과거 왕정 시대에 혹독한 탄압을 받았던 소수 민족 세력은 왕세자의 등장을 "혁명을 가로채려는 시도"로 간주하며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시나씨에 따르면, 15개의 소수 민족 단체가 왕세자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
이란 내부의 시스템적 결함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선출직인 대통령과 임명직인 종교 최고 지도자의 권력이 이원화되어 있어 정책 결정마다 충돌이 발생한다.
이 틈을 타 혁명수비대는 경제의 30% 이상을 장악하며 비대한 권력을 구축했다.
혁명수비대는 국가 경제 자원을 독점하고 불법 석유 판매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으나, 정작 민생 경제는 도외시하고 있다. 국민들은 석유를 팔아도 자신들에게 혜택이 돌아오지 않고, 중간 단계의 부패 세력만 배를 불리는 현실에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젊은 세대의 이탈이다. 이란 신정 체제의 유지 기반이었던 '종교적 신념'이 MZ세대에게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신앙심이 사라진 젊은이들에게 최고 지도자는 경배의 대상이 아닌, 국가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정치적 인물일 뿐이다. 시나씨는 "종교가 빠져버린 상황에서 하메네이는 일반 정치인으로 보일 뿐이며, 이는 신정 체제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란은 외세의 개입 여부, 소수 민족의 결집력, 그리고 현 대통령의 중재 역량에 따라 향후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민들은 민주화를 갈망하면서도, 시위가 민족 간 내전으로 번져 국가가 시리아나 예멘처럼 처참하게 파괴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이번 이란 사태는 단순한 '민주화 운동'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수십 년간 억눌려온 민족 간 갈등과 권력층의 부패, 그리고 세대 간 가치관 변화가 폭발한 다각적 권력 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