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집)제네바의 평화냐, ‘아말렉’의 전쟁이냐: 미·이란 최종 핵협상과 증오의 프레임

- 성역에 질문을 던지는 ‘터커 칼슨’
- ‘아말렉’ 프레임과 제네바의 외교적 충돌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현지 시각 2026년 2월 26일 목요일, 전 세계의 이목이 스위스 제네바에 쏠려 있다. 미국과 이란이 수십 년간의 핵 갈등을 매듭짓기 위한 '최종 협상'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외교 현장 뒤편에는 지난 2월 21일 터커 칼슨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드러난 이스라엘의 '종교적 전쟁론'이 거대한 암운처럼 드리워져 협상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담론을 이끈 터커 칼슨(Tucker Carlson)의 존재를 이해해야 한다. 그는 미국 케이블 뉴스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전 폭스뉴스(Fox News)의 간판 앵커이자, 현재는 독립 미디어 네트워크(TCN)를 통해 미국 내 여론을 주도하는 보수 진영의 거두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 변모하는 보수의 아이콘: 과거 주류 보수를 대변하던 그는 이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기수로서 미국의 해외 전쟁 개입에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있다.

  • 성역 없는 질문: 2024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인터뷰로 전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켰던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미국 보수의 성역이었던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미국인의 혈세가 자국민의 안위보다 이스라엘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쓰이는 현실에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늘 제네바에서 진행되는 협상은 ‘대화를 통한 공존’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와 정반대로 보여진다. 

 

허커비 대사가 강조한 '아브라함 언약'은 현대 국제법의 근간인 주권과 영토 보전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그는 이스라엘의 영토권을 신학적 '역사적 권리'로 정의하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의 이스라엘 영토 확장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칼슨은 이를 특정 민족에게만 예외적 권리를 부여하는 '선민주의적 외교'라며 비판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인터뷰 중 가장 치열했던 지점은 영토권의 근본적 근거에 대한 문답이었다. 터커 칼슨은 현대 국제법이 아닌 성경적 약속이 외교 정책의 기준이 되는 현실을 다음과 같이 파고들었다.

  • 터커 칼슨: "하나님이 '그 땅'을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주셨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누가 후손인지, 그 권리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 실질적인 의미가 무엇입니까?"
  • 마이크 허커비 대사: "이유는 명확합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이 그 땅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은 바로 하나님이 그들에게 그 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허커비 대사의 이 답변은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을 '정치적 점령'이 아닌 '신학적 회복'으로 간주하는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칼슨은 이에 대해 "그렇다면 유전적 검사나 종교적 신념 중 무엇이 기준인가?"라며 보편적 국가 개념과의 충돌을 지적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뼈아픈 지점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지칭하며 사용한 용어들이다.

성경 속 '아말렉'의 틀(프레임)을 빌려와 상대를 규정하는 것은, 상대를 대화가 가능한 '인간'이 아니라 반드시 전멸시켜야 할 '악'으로 낙인찍는 행위이다.

칼슨은 "이러한 생각이 서구적 가치와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가?"라고 물으며, 가자지구에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희생되는 현실이 이러한 종교적 프레임 속에서 '정당한 대가'로 치부되고 있음을 꼬집었다.

 

이스라엘의 정책을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시선은 냉정하다. 양국 모두 일제의 제국주의 팽창 정책에 의해 주권을 찬탈당하고 민족적 말살 위기를 겪었던 고통스러운 역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 과거 일제가 '동양 평화'를 내세워 한반도와 중국을 침략했듯, 현재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신학적 정당성'은 피지배 민족이었던 동아시아인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침략의 변명'으로 다가온다.

  • 민간인 학살의 상처: 난징 대학살과 일제 강점기 탄압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가자지구의 인도적 참극을 "민간인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설명하는 허커비 이스라엘 대사의 논리는 과거 제국주의 세력들의 변명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보는 중동 정세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 것으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보수 언론의 거두 터커 칼슨이 성역이었던 이스라엘 정책에 의문을 던진 시점이 오늘 협상 직전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안위보다 특정 국가의 종교적 신념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질문은 오늘 제네바 협상장에 앉아 있는 미국 대표단에게도 무거운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