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무용의 심장부를 흔들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전통의 언어로 세계를 설득하다

- 베시 어워드가 주목한 이유: 미학·운동성·혁신성
- 링컨센터 매진이 보여준 문화적 파급력
-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보편적인 걸작”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서울시무용단의 대표작 ‘일무(One Dance)’가 미국 현대무용계의 중심에서 거둔 성과는 단순한 해외 공연 성공을 넘어선다. 보수성과 실험성이 공존하는 미국 무용계 한복판에서, 한국의 전통 미학이 동시대 예술 언어로 재해석되며 최고 권위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현지 주요 매체와 전문가들은 ‘일무’를 두고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세계 예술”이라는 공통된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 내 무용 전문 비평은 ‘일무’의 집단적 구조미에 집중했다.

무용 전문지 Fjord Review는 유교적 가치인 질서와 조화를 현대 무대 언어로 치환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문무(文舞)와 무무(武舞)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시각적 광경(Grand Optics)’을 핵심 성취로 꼽았다. 수십 명의 무용수가 완벽한 합을 이루는 장면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호흡하는 집단 미학”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The New York Times 역시 링컨센터 무대에서 선보인 공연을 두고, 전통의 엄격한 형식미가 현대적 리듬과 결합해 ‘전통과 현대의 변증법적 조화’를 구현했다고 평했다. 현지 무용 평론가들은 특히 “동양의 정중동(靜中動)이 서구적 역동성과 만나 폭발적 에너지를 생성한다”며, 단순 재현을 넘어선 ‘전통의 진화’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는 곧 베시 어워드(Bessie Awards) 수상으로 이어졌다. 뉴욕 댄스 앤 퍼포먼스 어워드 심사위원회는 ‘일무’의 안무와 창의성을 이례적으로 높게 평가하며 선정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첫째, 시각적 매혹성이다. 오방색을 기반으로 한 한국 전통 의상의 색채와 정구호 연출의 미니멀한 무대 디자인은 “동시대 뉴욕 관객에게도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감”으로 받아들여졌다.
둘째, 완벽한 조화와 정점의 연출이다. 정적인 움직임 속에서 에너지를 응축하다가 일순간에 분출되는 폭발적 운동성은 관객에게 강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셋째, 혁신성이다. 고대 제례 의식을 21세기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현대 무용 언어로 치환한 창작자들의 도전 정신이 결정적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일무’의 성과는 비평을 넘어 대중적 지표로도 입증됐다. 링컨센터 공연 당시 3회 전석 매진은, 한국 무용이 더 이상 ‘전시성 공연’이 아니라 티켓을 구매해 관람하는 주류 예술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현지 매체들은 이를 K-컬처의 외연 확장이라는 맥락에서 분석한다. K-팝의 군무에 익숙해진 서구 관객들에게 그 뿌리가 되는 한국 전통 춤선과 정신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하나로 수렴된다. ‘일무’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예술미를 획득한 작품”이라는 정의다. 특히 이번 수상은 한국 국공립 예술단체 최초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전통을 박제하지 않고 현재형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세계 예술 시장이 요구하는 보편성과 동시대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미국 현대무용의 심장부에서 울린 이 성취는, 한국 전통 예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결정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