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며 중남미 정세를 뒤흔들었다. 표면적 명분은 ‘마약 테러와의 전쟁’이지만,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이면에 석유(에너지 전략), 난민(국경 안보), 안보(마약·지정학) 라는 세 가지 핵심 실리가 중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의 서반구 전략 전반을 재편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석유: “세계 최대 매장량의 재편입”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매장량 기준 세계 1위(약 3,030억 배럴)의 석유 보유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체포 직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임시로 운영하며 석유 자원을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 작전의 핵심이 에너지 전략에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기조는 명확하다. 에너지 공급 확대를 통한 유가 안정, 물가 억제, 국내 정치적 성과 창출이다. 베네수엘라의 노후화된 석유 생산·정제 인프라를 미국 기업 주도로 현대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이 확대되고 국제 유가는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러시아 견제라는 지정학적 목적이 결합된다.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베네수엘라가 반미 진영에 머물 수 있었던 주요 자금줄이었다. 마두로 축출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대중·대러 에너지 공급선을 차단하고 이를 미국 자본으로 대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난민: “국경 위기의 근원지 제거”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국 국경 문제와도 직결된다. 마두로 정권 하에서 발생한 경제 붕괴와 치안 악화로 약 800만 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난민이 발생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중미를 거쳐 미국 남부 국경으로 유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경 안보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의제다. 이번 조치는 단기적 단속이 아닌, 난민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접근이다. 친미 성향의 과도 정권 수립과 경제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난민 유출을 줄이고 기존 체류자 송환의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미국은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가 난민 흐름에 편승해 미국 내로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마두로를 ‘외국 테러 조직과 연계된 인물’로 규정한 것은, 난민 문제를 단순 인도주의가 아닌 치안·테러 문제로 전환시키려는 프레임 전환으로 읽힌다.
안보: 마약 테러와 ‘먼로주의’의 귀환
미국이 내세운 공식적 법적 명분은 ‘나르코 테러리즘(Narco-terrorism)’이다.
미 검찰은 마두로가 이른바 ‘태양의 카르텔(Cartel of the Suns)’을 통해 대규모 코카인 유통망을 보호·운영했다고 기소해 왔다. 펜타닐을 포함한 마약 문제가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마두로 체포는 트럼프식 ‘법과 질서’ 정치의 상징적 성과로 활용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맥락은 서반구 패권의 재확인이다. 이번 작전은 쿠바·니카라과 등 반미 성향 국가들에게 보내는 명백한 신호다. 미국의 ‘앞마당’에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이는 21세기판 먼로주의의 부활로 평가된다.
마두로 체포는 국제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엔과 일부 국가들은 주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중국·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미국 내에서는 “마약 테러와 국경 위기를 동시에 해결한 결정적 조치”라는 평가와 “석유 이익을 위한 위험한 선례”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이번 사태가 베네수엘라 정세를 넘어 중남미 전체의 외교 지형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시장, 난민 이동,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세 축에서 파장이 동시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선주의’의 가장 노골적인 실험
이번 마두로 체포는 단일 사건이 아니다.
석유는 이익이고, 난민은 위협이며, 안보는 명분이라는 트럼프식 외교·안보 전략이 하나의 작전으로 응축된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미국의 자원은 확보하고, 미국의 위협은 제거한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국제 무대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구현했다.
문제는 그 대가다. 베네수엘라는 새로운 과도기를 맞이했고, 중남미는 다시 강대국 경쟁의 전면에 놓였다. 이번 선택이 미국의 전략적 승리로 귀결될지, 아니면 국제 질서의 또 다른 불안정 요인이 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2026년의 서반구는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