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합·단독] 고령 불자 울린 ‘의령 사찰 봉안당·영구위패 사기’

- 포교원장은 구속됐지만, 책임은 끝났는가
- 불교에 없는 ‘가짜 불사’까지 동원된 조직적 기망
- 포교당은 사라지고 사찰은 묵인했다는 의혹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기자 |  경남 의령의 한 유명 사찰에서 발생한 봉안당·영구위패 분양 사기 사건이 포교원장 실형 선고로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취재가 깊어질수록 사건의 본질은 개인 범죄를 넘어 사찰과 포교당 사이에 관행처럼 굳어진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형사3단독은 2025년 12월 24일, 경남 의령군 A사찰 포교원장 B씨(44)에게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B씨는 2022년부터 2023년 말까지 70~80대 고령의 여성 불자 12명에게 접근해 “사찰 봉안당 2구좌를 계약하면 사후 즉시 안치와 장례를 책임지겠다”고 속여 총 1억5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뢰를 이용해 노년층을 기망한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사건의 종착점이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완납했다 믿었는데..사찰엔 기록조차 없었다”
피해자들의 공통된 증언은 충격적이다. 80대 신도 C씨는 봉안당 2기 분양 대금 1,300만 원을 포교원장에게 현금으로 전달했고, ‘예약확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사찰 종무소에 확인한 결과 돌아온 답변은 “완납되지 않아 예약이 취소됐다”는 것이었다. C씨가 계약했다고 믿은 봉안당 번호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등록돼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 D씨(80대) 역시 2,600만 원을 내고 봉안당 4기를 계약했다고 믿었지만, 사찰에는 완납 기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피해자 상당수는 “사찰 이름을 믿고 계약한 것이지, 포교당 개인을 믿은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수각불사’라는 말… 불교에 없는 허위 표현
이번 사건에서 특히 논란이 된 것은 B씨가 사용한 ‘수각불사’라는 표현이다. B씨는 일부 피해자에게 불교에서 사용되지 않는 이른바 ‘수각불사’라는 명칭의 의식을 언급하며, “500만 원을 내면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물을 끼얹는 의식을 통해 자식의 병이 낫는다”고 설명해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교계에 따르면 ‘수각불사’는 경전이나 전통 불교 의식에 존재하지 않는 용어로, 개인의 병 치유를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는 불교 교리와 무관하다. 수사기관 역시 해당 표현을 종교적 신뢰를 악용하기 위해 임의로 만들어낸 기망 수단으로 판단했다.

 

 

영구위패는 ‘주인 없는 위패’...떠다니는 계약
취재 결과, 사건의 핵심에는 포교당을 통한 영구위패 판매 구조가 자리하고 있었다.
포교당은 영구위패를 먼저 판매한 뒤 “향후 봉안당 안치로 연결된다”는 식으로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사찰 본사와 직접 작성한 계약서나 완납증명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불교계 한 관계자는
“포교당을 통해 판매된 영구위패는 사찰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포교당이 사라지면 사실상 ‘주인 없는 위패’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포교당은 부산·경남 일대를 옮겨 다니며 운영된 뒤 자취를 감췄고, 피해만 남겼다.

 

사찰에는 10~20만 원 입금...사실상 포교당 ‘시독식’
더 큰 문제는 금전 흐름 구조다.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영구위패·납골 분양 구조에서는 신도들이 낸 금액 중 사찰로 입금되는 돈이 전체의 10~20만원 수준에 불과한 사례도 있었다. 나머지는 포교당이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였다.

 

사찰 측은 “절에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포교원장 개인의 비위라고 주장했지만, 피해자들은 “사찰 명의로 분양이 이뤄졌다면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의령의 해당 사찰 역시 과거부터 포교당을 통해 영구위패와 납골을 분양해 온 구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 불자 이용한 사기..묵인한 사찰이 더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고령층 불자를 노린 전형적인 종교 사기로 본다. 특히 ▲포교당 단독 계약 ▲현금 거래 ▲완납증명서 미발급 ▲불교에 없는 의식 명칭 사용은 모두 명백한 위험 신호라는 지적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사찰 방문 없이 체결된 영구위패·봉안당 계약은 법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사찰 명의가 사용됐다면 민·형사상 책임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
전문가들은 고령층 피해 예방을 위해 다음 원칙을 강조한다.
반드시 사찰 본사를 직접 방문해 계약할 것
사찰 명의의 공식 계약서·완납증명서 확인
포교당 단독 계약·현금 거래는 즉시 의심
영구위패와 봉안당을 연계 상품처럼 설명하는 경우 주의

 

신앙은 위로여야 한다.
이번 의령 사찰 봉안당·영구위패 사기 사건은 포교원장 한 사람의 구속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고령 불자의 신앙을 이용해 작동해 온 왜곡된 분양 구조, 그리고 이를 방치하거나 묵인해 온 책임까지 함께 묻지 않는다면 유사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신앙은 위로여야지, 거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이름을 내준 곳이라면,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