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동정

이재명 대통령 남북 협력 ‘원산갈마 평화관광’ 구상…

- 이재명 정부의 남북 협력 실험대, 현실과 과제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관광’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서 명시적으로 금지된 항목이 아니며, 남북 협력의 현실적 접점으로 오랫동안 논의돼 왔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해, 북한의 대규모 해안관광단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활용한 남북 협력 구상이 이재명 정부에서도 주요 외교·평화 프로젝트로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도로 하루 최대 2만 명이 숙박할 수 있는 해안관광지구를 건설하고, 2025년 7월 1일 공식 개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 단지를 ‘세계적인 해안관광도시’로 키우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개장 이후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제한되면서 실제 운영은 활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은 대규모 시설 투자에 따른 적자 누적 우려와 맞물려, 북한 당국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중국 방문 등 일련의 외교무대에서 ‘원산갈마 평화관광’을 포함한 4대 남북·국제 협력사업 구상을 제안하며 해당 구상을 국제 의제로 끌어올렸다. 그는 중국 정부와의 정상회담 등에서

  •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 원산갈마 평화관광
  • 대북 보건의료 협력
  • 광역두만개발계획(GTI) 등을 협력 아젠다로 제시하며, 동북아 협력과 남북 관계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 같은 구상과 발맞춰, ‘원산갈마 평화관광’을 남북 협력 재개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단계적 접근법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가 제시한 구상은
       (1) 재외동포 고향 방문 형식의 개별관광
       (2) 남·북·중 환승형 관광
      (3) 우리 국민 관광 순으로 순차 추진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관광의 비정치적 성격을 활용해 남북 교류의 문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라는 해석이 2026년 현재의 외교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 과거 외교부가 남북 관광 및 개별관광 논의가 본격화되던 시기(주로 2018~2021년)에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제시한 기존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가 관광 행위 자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해석을 제시했으나, 동시에 금융 거래·현금 이전·제재 대상 기관과의 협력 등은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기존 입장은 외교부 정례브리핑과 대외 설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원산갈마 평화관광 구상은 단순한 관광 프로젝트를 넘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동력을 찾으려는 외교·평화 정책의 일환으로 읽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과의 실질적 협력 관계 구축, 국제 제재 체제의 실행 가능성 확보, 외국인 관광 수요의 현실적 한계 등이 그 예다. 특히 국제 제재 환경은 여전히 엄격한 상태이며, 관광 재개와 관련한 세부적 법적·제재적 리스크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원산갈마 평화관광이 실현될 경우, 관광 인프라 가동률 제고와 외화 수입 창출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금강산 관광의 재개 등 남북 관광 협력의 확장 가능성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미사일 문제, 국제사회와의 공조 균형, 관광 수요의 실효성 등 현실적 변수를 감안할 때, 이러한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외교적·정치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처럼 원산갈마 평화관광은 남북 교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잠재력과 함께, 현실적 제약을 동시에 안고 있는 정책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국제사회가 이 구상을 어떻게 실질적 성과로 연결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