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존영 기자 | # 같은 반 친구들에게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하던 고등학생 A군은 과거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지내고 있다. 신체적 위협, 언어폭력, 금품갈취 등 학교폭력을 당했던 경험이 일종의 피해의식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몇 차례 찾게 됐고, 상담을 통해 아픈 기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상담복지센터 한 관계자는 “상담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 원하는 시기에 상담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불화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가출을 반복하다 끝내 자살을 시도했던 중학생 B양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청소년 전화 1388로 전화 연결을 시도했고, 상담원이 경찰에 긴급 신고하며 구조됐다. 이후 상담을 통해 자신도 알지 못하던 자신의 불안과 공포의 원인을 알게 됐으며, 몇 차례의 대면 상담을 거치며 과거의 트라우마를 일부 극복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학교폭력 등 각종 피해·스트레스로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의 마음건강 회복 및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서울시 청소년 마음건강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온·오프라인 청소년 상담 강화와 다양한 치유·회복 프로그램 등이 포함됐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1388 정신건강 관련 상담은 ’19년 33,536건에서 ’21년 39,868건으로 약 1.19배 증가했으며, 자살하는 청소년 수도 ’19년 7.7만 건에서 ’21년 11.1만 건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는 청소년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는 급격한 사회변화나 입시 경쟁 등을 꼽았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응답 인원은 ’21년 3.6만 명에서 ’22년 5.4만 명으로 약 50%나 증가하여, 관련 청소년 문제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한 언어폭력 피해 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 청소년 마음건강 지원계획’을 마련, 청소년이 필요할 때 언제든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계획의 주요 내용으로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인력 대폭 증원 ▲실시간 카카오톡 24시간 상담 채널 신규 개설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 특화 프로그램 신규 운영 ▲민간 전문기관과 연계한 긴급 협력망 구축 ▲상담 인식개선 캠페인 추진이 있다.
우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상담 수요 대응을 위해 센터의 전문 상담인력을 169명에서 198명으로, 총 29명을 증원(시립 10명, 구립 19명)하여 상담 대기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청소년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상담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시립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정신건강 임상심리사 2인을 배치하여 ‘종합심리검사’ 등 민간상담기관에서 고가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현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평균 상담 대기기간은 평균 14일로, 전문 상담사의 부족으로 인해 원하는 시기에 상담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23년 5월 중 시립 청소년상담복지센터 10명, ’23년 8월 중 구립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19명을 증원 배치하여,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 한다.
‘종합심리검사’의 경우 청소년의 마음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효과적인 종합검사로 ‘마음 종합검진’이라고도 일컬어지나, 해당 검사를 민간상담기관에서 받게 되면 약 40~50만원의 비용이 발생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주로 이용하는 청소년을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실시간 카카오톡 상담 채널을 신규 개설하여 익명 상담을 운영한다. 이는 상담 문턱을 낮춰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24시간 적시에 상담을 제공해 상담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다.
청소년들이 상담을 받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고 창피해서’(17.7%)로 나타나 청소년 상담에 익명 상담 방식이 요구됨을 유추할 수 있다. (10대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2021)
시립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신규 증원 배치하는 인원 중 5명을 카카오톡 전담 상담원으로 배치해 올해 5월 채널을 개설할 계획이며, 해당 채널은 본인 확인 없이도 상담을 시작할 수 있어 청소년이 24시간 손쉽게 상담 채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상담이 종료된 이후에도 학교폭력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피해 청소년 자조모임 방과 후 교실, 예술 치료(음악·미술) 전문가 지원 등 학교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오는 8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는 나날이 복잡·다양해지는 청소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공공 서비스 지원의 한계를 해소하고자 민간의 전문기관과 연계한 청소년 정신건강 긴급 연계망도 새롭게 구축한다고 밝혔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23년 4월 중)해 청소년 상담·교육·복지시설별 관내 전담병원 지정 및 치료 상담사를 1:1 매칭하는 등 정신건강 긴급 협력 체계를 운영하는 한편, 푸른나무재단과 연계해 학교폭력 피해자 긴급구조, 긴급 재정지원 등 더 촘촘한 긴급지원 연계망을 마련한다.
아울러, 서울시 홍보대사 등, 유명인이 참여하는 동행 캠페인을 통해 상담 인식 개선도 추진한다. 본 캠페인은 청소년이 여전히 상담을 정신적 치료로 인식해 거부하는 등의 이유로 위기 청소년의 조기 발견과 지원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청소년에게 인지도 높은 유명인이 참여하는 챌린지 등을 실시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인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인식 개선 캠페인은 챌린지 및 슬로건을 활용하여 제작,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에 노출할 예정으로, 올해 4월부터 추진될 계획이다.
이회승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을 적극 지원하고, 청소년의 마음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편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은 서울시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이번 계획을 통해 마음이 아픈 많은 청소년이 마음 건강을 회복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서울시가 관련 전문가 및 기관 등과 힘을 모아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과 동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