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이슬람의 라마단을 맞아 외교부가 주최한 '이프타르(Iftar)' 만찬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단순한 종교적 기념행사를 넘어, 한국과 중동 간의 오랜 우정과 신뢰를 확인하는 핵심 문화 외교의 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최초로 'K-할랄' 메뉴가 식탁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작년 발표된 정부의 대중동구상 '샤인(SHINE) 이니셔티브'와 맞물려, 양측의 관계가 전통적인 자원·건설 협력을 넘어 K-푸드를 매개로 한 일상적 교류와 평화 연대를 아우르는 포괄적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 외교단을 포함한 각계 유관 인사 180여 명을 초청해 제20차 이프타르 만찬을 주재했다. 이프타르는 라마단 기간 중 매일 일몰 후 금식을 깨고 나누는 첫 식사로, 연대와 관용, 나눔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조 장관은 만찬사에서 이번 행사를 "세대를 거쳐 쌓아온 우정과 신뢰의 증표"로 명명하며, 최근 엄중한 역내 정세 속에서도 관용과 타인에 대한 공감이라는 라마단의 정신을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했다. 이는 무력 충돌과 긴장이 끊이지 않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문화 및 평화 외교의 진정한 가치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찬에서 단연 주목받은 대목은 행사 최초로 도입된 'K-할랄' 메뉴였다. 정부 차원의 공식 외교 행사에서 K-할랄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는 최근 김치를 비롯한 한국의 대표 음식들이 세분화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엄격한 율법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이슬람 할랄 시장에 K-푸드가 성공적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것은, 양 문화권이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일상의 식탁에서부터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누아이미 주한UAE대사(주한아랍외교단장) 역시 답사를 통해 한국 내 아랍어에 대한 관심 확대를 크게 환영하며,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뛰어넘는 평화로운 공존을 역설했다.
'샤인(SHINE) 이니셔티브', 빛나는 상생의 청사진
이러한 문화·정서적 교류의 든든한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확고한 대중동 전략인 '샤인(SHINE) 이니셔티브'가 자리 잡고 있다. 작년 이재명 대통령이 이집트 방문 시 카이로대학교 연설을 통해 발표한 이 구상은 다음의 핵심 가치를 통해 한반도와 중동의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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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과 조화(Stability & Harmony): 가자 사태 극복을 위해 이집트 적신월사((Red Crescent)에 1,000만 달러를 기여하는 등 중동의 실질적인 평화 구축과 재건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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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Innovation): 한-이집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추진을 통해 기존 협력 분야를 공고히 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혁신 산업으로 파트너십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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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와 교육(Network & Education): 양국 대학 간 교류와 ICT 장학생 사업 등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육성하고, K-컬처를 매개로 한 문화 연대의 폭을 넓힌다.
제20차 이프타르 만찬은 한국과 이슬람 문화권이 어떻게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공통의 평화적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 축소판이었다. 대규모 인프라 수주 중심이었던 과거의 중동 외교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적 자원 육성, K-할랄과 같은 창의적인 문화 융합, 그리고 역내 평화에 직접 기여하는 '가치 지향적 파트너'로 거듭나고 있다.
- 적신월사란? 기독교적 상징인 십자가 대신 이슬람의 상징인 '붉은 초승달'을 사용하는 국제 인도주의 구호 단체로, 이슬람권에서는 적십자사와 동일한 위상과 역할을 수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