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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반(反) 이스라엘 정서확산과 ‘이스라엘 예외주의’의 균열

- 전 세계적 반(反) 이스라엘 정서의 확산과 ‘예외주의’ 논란
- 이재명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이스라엘의 ‘특수 맥락’ 주장, 국제법과 충돌

외교저널 (Diplomacy Journal) 이길주 외교부 출입 기자 |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3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 사회의 시선은 ‘방어권’을 넘어 ‘보편적 책임’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특히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가 내놓은 공식 답변은 그간 비판받아온 ‘이스라엘 예외주의(Israeli Exceptionalism)’를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규범 기반 질서’를 위협하는 ‘예외의 논리’

이스라엘 예외주의란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비극과 중동의 특수한 안보 환경을 근거로, 이스라엘이 국제법이나 보편적 인권 규범에서 예외적으로 취급받아야 한다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동안 서구 열강, 특히 미국의 비호 아래 이스라엘은 수십 건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불이행하면서도 실질적인 제재를 피해왔다. 그러나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이러한 ‘면책 특권’은 전 세계적인 ‘반 이스라엘’ 정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보편주의’ vs 이스라엘의 ‘예외주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X)를 통해 가자지구 내 인도적 참상을 언급하며, “전쟁범죄 앞에는 그 어떤 성역도, 예외도 존재할 수 없다” 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권과 규범’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외교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외무부가 내놓은 공식 답변은 전형적인 예외주의 수사로 가득 차 있다. 이스라엘은 답변서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일반적인 잣대로 측정할 수 없는 ‘특수한 맥락(Unique Context)’ 속에 있다” 며, 대한민국 대통령의 언급을 “수용할 수 없는(Unacceptable) 역사적 경시”로 규정했다.

 

본지는 이스라엘이 사용한 ‘특수한 맥락’이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이는 국제 인도법이 규정하는 ‘비례성의 원칙’이나 ‘민간인 보호 의무’조차 이스라엘에게는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우스의 결집과 서구의 위선 비판

과거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서구 사회 내부에서도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신흥국 및 개도국)’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러시아에 적용했던 엄격한 잣대를 이스라엘에는 적용하지 않는 서방의 ‘이중잣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례 없는 압박 역시 이스라엘 예외주의가 더 이상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제 이스라엘의 행보는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라, ‘국제 사회가 합의한 법적 질서가 특정 국가 앞에서 멈출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가 되었다.

 

국내 정치권의 움직임: “가자지구 집단학살 중단 촉구” 결의안 발의

행정부의 강경한 메시지에 발맞춰 입법부에서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최근 국회에서는 2025년 10월 2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중단 촉구 결의안” 이 대표 발의되었다.

 

이번 결의안은 김준형 의원과 민주당 이재강,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함께 대표 발의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중단 촉구 결의안’은 김준형·이재강·정혜경·박은정·서영교·권칠승·이용선·문대림·서왕진·황운하·김재원·최혁진·손솔·윤종오·강경숙·전종덕·정춘생·차규근·이해민 ·신장식·김선민·백선희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결의안은 가자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심각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 정부에 무력 사용 중단과 민간인 보호 의무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 차단을 국제인도법 위배 사안으로 지적하며,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대한민국 역시 보편적 인권과 국제 규범에 기반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국회의 결의안 발의는 국제적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대한민국 외교가 ‘예외 없는 정의’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국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2026년의 세계는 더 이상 ‘역사의 비극’이 ‘현재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예외’가 아닌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 고립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